[김지혜의 interview-e] ‘자원봉사 최우수상’ 김건우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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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열린 ‘제3회 일곱빛자원봉사터전 어워드’에서 최우수 봉사자상을 수상한 김건우 군(한국삼육중 2 / 별내행복교회).
현장에서 만난 모습도 그렇지만 인터뷰 전에 카메라 렌즈 속에 담긴 얼굴을 다시 한번 확인하다 보니 누가 봐도 한창 놀기 좋아하는 개구쟁이 느낌이 물씬 풍기는 중학생이다. 인터뷰를 위해 번호를 전달받아 저장하자 SNS 대화창 자동친구추가 목록에 떴다. 프로필 사진을 클릭해 봤다. 농구에 얼마나 진심인지 딱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본인 사진은 한 장도 없고 유명 선수들의 경기 모습뿐이다.
깊은 겨울에서 막 벗어나는 계절, 늦은 오후에 만나 다소 쌀쌀한 기온이었지만 건우 군과 대화하는 내내 공기 좋은 숲에 와 있는 것 같은 청량한 느낌이 들었다. 천진난만한 말투와 밝은 표정 덕분이었다.
▲ 프로필 사진을 봤는데 농구를 진짜 좋아하는 것 같다.
- 그렇다. 지금도 농구하다가 온 거다.
▲ 농구를 그렇게나 좋아하는데 자원봉사자로 최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봉사활동을 많이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 6학년 때 교회를 통해 ‘일곱빛자원봉사센터’에 가입하면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교회에서 작은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서가 정리하는 법을 배웠는데 이사를 오고 나서도 혼자 작은 도서관을 이용할 때 내가 할 줄 아는 일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돕게 되더라. 새로 옮긴 교회에서도 이것저것 함께하는 활동이 많다 보니 봉사할 기회가 많았다. 상을 받을 줄 몰랐는데 내가 최우수상을 받은 것이 너무 신기하다.
▲ 주로 어떤 봉사활동을 하고 있나.
- 대부분 환경보호와 관련된 일이 많다. 환경을 보호하자는 문구를 적은 팻말을 직접 만들고 전철역 앞에서 들고 서 있을 때도 있다. 쳐다보고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관심을 갖고 질문하는 분들에게 이런저런 방법을 소개하다 보면 진지하게 듣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리고 직접 실천해 보겠다고 말하시는 분도 많아서 한 번 나갔다 오면 상당히 보람 있다.
업사이클링협회와 같이 꽃병 만들기 활동을 하기도 한다. 바다에 둥둥 떠다니던 유리조각들은 시간이 오래 지나면 둥글둥글하게 다듬어지는데 이것들이 꽃병으로 만들어져 재활용된다는 것을 알고 너무 신기했다. 학생반에서 흙공 만들기도 하고 왕숙천에 나가서 쓰레기를 주울 때도 있다. 가끔 가평역 앞에서 버스킹 같은 작은음악회를 열기도 한다.
▲ 유리조각으로 화병 만드는 것도 신기한데, ‘흙공’ 만들기는 뭔가?
- 황토에 EM 활성액과 발효 촉진제를 섞어 반죽해서 공 모양으로 만드는 건데 만든 지 2주 정도 지나면 흰색 곰팡이가 핀다. 이것을 오염이 심한 강이나 하천에 던지면 흙공이 서서히 풀어지면서 수질 개선, 악취 개선에 도움을 준다. ‘EM’은 유용한(Effective) 미생물균(Micro organisms)을 말하는데 알고 있는 분이 많은 것 같지는 않다. 한번 해 보면 재미도 있고 그만큼 의미 있는 일이어서 좋아하는 활동 중 하나다.
▲ 가장 힘들었던 일이나 기억에 남는 활동은?
- 금연 캠페인, 노인건강 캠페인을 위해 전단지에 건빵 붙이는 일을 했었다. 전단지가 4000장이나 되다 보니 붙이는 데만 15명이 약 2주일 동안 작업했다. 양이 엄청 많았지만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하니 시간도 금방 가고 재미도 있었다.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지나가는 어른들께 건빵과 전단지를 나눠 드렸다. 받는 분들이 모두 건강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힘들었던 만큼 보람 있는 기억이다.
▲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 물론 시간이 날 때마다 농구를 하러 가고 싶기도 하지만 ‘봉사자’라는 이름이 나도 모르게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게 한다. 지나가다가 누가 아프다는 소리가 들리면 어디가 아픈 건지 궁금해지기도 하고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없는지 한 번씩 돌아보게 된다. 교회에서 하는 활동은 친구들이랑 함께하니 더 즐겁게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것 같다. 원래 봉사활동을 하지 않던 친구들도 ‘어! 쟤도 하네? 난 별로 안 내키는데 한 번만 해 볼까?’ 하고 계속 동참하기도 한다. 그럴 때 더 보람을 느끼고 계속 참여하게 하는 힘이 생긴다.
▲ 자원봉사 경험이 없는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마음도 있나?
- 완전 추천한다. 운동을 하고 게임을 하는 것도 좋지만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남는 것은 별로 없다. 뭔가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자원봉사 활동을 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내 삶이 더 가치 있게 여겨지는 것은 당연하고 뿌듯한 마음이 오래 남아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어딘가 소속돼 있지 않아도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플로깅’ 체험을 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만약 같이 활동할 친구가 필요하면 우리 교회에 와서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보길 바란다.
▲ 봉사를 통해 얻는 가장 큰 유익은?
- 사실 쓰레기를 줍거나 환경보호 팻말을 들고 서 있으면 어른들이 칭찬해 주실 때도 종종 있지만, 관심 없는 분도 많다. 하지만 쓰레기를 주우며 돌아다녔던 길을 걷을 때 ‘우리가 봉사한 덕분에 여러 사람이 깨끗한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만으로도 무척 기쁘다. 놀면서 보내는 시간도 즐겁지만 내가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했다는 사실은 그 어떤 취미 생활보다 차원이 다른 행복을 준다.
▲ 다른 취미 활동은 무엇이 있는지, 앞으로 봉사활동을 계속할 것인지도 궁금하다.
-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일곱 살 때부터 배웠다. 엄마가 어렸을 때 교회 반주 하기를 바라셔서 일찍부터 음악을 배웠고, 콩쿠르에도 계속 나갔었다. 그런데 나는 활동적인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앞으로도 계속 자원봉사자로 활동할 예정이다. 더 많은 사람이 봉사를 통해 행복을 느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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