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의 interview-e] 손성자 집사의 ‘15층 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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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식사 한 끼’를 함께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질 때가 있다. 사람은 밥을 먹으며 친해지게 마련이다. 설령 친하지 않았던 사람끼리도 밥을 같이 먹고 나면 왠지 모를 친밀감과 유대감이 생기기도 한다. 영~ 싫은 사람과는 밥조차 먹을 일이 흔하지 않으니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일단 최소한의 호감이나 관심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마주 앉아 밥을 먹는 일은 각별하고 귀한 일이다. 몸과 마음이 힘들 때는 더욱 그렇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교회에서마저 외로움과 공허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았다. 여느 때 같으면 예배가 끝나고 함께 식사를 나누며 담소를 즐겼지만, 예배가 끝나자마자 뿔뿔이 흩어지는 시간은 꽤 길었다. 마스크로 얼굴을 절반 이상 가린 채 멀찍이 떨어져 말씀만 듣고 가던 날이 많았다. 그러나 그 서글픈 시절을 따뜻한 기억으로 끄집어내며 지금도 그가 가진 온기를 나누는 이가 있다.
올해 여든인 손성자 집사(원주새하늘교회)가 주인공이다. 고운 얼굴 사이로 주름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요즘 나이 여든이면 그렇게 노인도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그럼에도 여든은 분명 누군가를 돌보는 것보다 누군가로부터 돌봄 받는 것이 어울리는 나이다.
하지만 그는 다르다. 손 집사는 안식일마다 10여 명의 성도를 집으로 초대해 점심을 차린다. 그가 대접하는 식사는 단순히 식사 한 끼가 아니다. 외로운 이들에게는 소중한 벗이요, 아픈 이들에게는 정성들여 달인 탕약이 되기도 한다. 그의 집은 교회를 처음 찾아온 이들에게 손님 접대 장소요, 교회를 지키는 일꾼들에게는 격려의 장소가 된다.
평균 15명에서 많게는 30명 정도가 손 집사의 집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가는데, 한두 번 오다 보니 사람들이 빈손으로 와서 밥을 먹고 가는 것이 미안한지, 잘 오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손 집사는 방문을 꺼리는 이들에게 “오늘 왜 안 오셨어요? 다음주에 꼭~ 식사하러 오세요” 하고 일일이 연락했다. 명단까지 작성해 체크하며 전화를 돌리기도 했다.
손 집사는 “아침에 40분 이상 걸려 교회 오시는 장로님이 계신다. 그러다 보니 아침식사를 간단히 하고 오시는데 예배를 드리고 집에 곧바로 가지 않고 95세 된 할머니를 방문해 예배를 함께 드리고 가신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그 장로님의 점심을 챙겨드리고 싶었다”며 4년째 점심 대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리고 과거에도 본인 집에서 저녁을 먹고 헤어졌던, 좋았던 시간을 들췄다. “안식일에 일찍 헤어지면 아쉽지 않나. 그래서 우리집에 모여서 상추쌈 싸먹으면서, 서로 쳐다보면서 놀다 가라 그랬다. 집에 돌아가 적적한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함께 모여 안식일을 마무리하는 시간이 행복했다”라고 말하는 그는 그 일이 오히려 본인에게 득이 되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거창하게 차리는 것도 아니었는데 정식 모임이 되고 보니 대충 차려서 내는 건 또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유튜브를 보면서 일주일 동안 메뉴를 구상하고 연구하게 됐다. 결국 자신을 더 발전시키는 일이 됐고, 그럴수록 함께 나눠 먹는 시간이 더 큰 기쁨과 보람을 주는 ‘사역’이 됐다.
고정적으로 모이는 이들 중에는 장애를 가진 분도 있고 혼자 사는 분도 있다. 그러다 보니 더 풍성하게 대접하고 싶었다. 이제는 손 집사의 마음에 감동받고 함께하고 싶은 이들이 집에서 농사지은 것들을 하나씩 갖고 온다. 식탁은 더 풍성해졌다. 사랑은 나눌수록 배가 된다는 말이 밥상에서 증명되고 손 집사의 집에서 증명된 셈이다.
정연호 장로는 “집에 가서 넥타이 풀면 다시 나오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손 집사님 덕분에 점심식사를 함으로 성도의 교제가 오후로 연결된다. 함께 식사하면서 교회를 위해 더 많은 정보를 나누고 기도하게 된다. 방문이 필요한 곳이 어딘지 서로 정보도 나누고 현직 장로와 집사를 격려하는 구심체 역할을 한다”며 손 집사의 헌신은 성도가 더욱 연합하고, 예수님의 재림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앞서 언급한 95세 할머니는 처음에는 불교 신자였으나 이제는 장로님들이 오는 시간에 맞춰 성경을 펴 놓고, 요구르트 하나씩 내놓고 기다린다. 방문할 때마다 할머니에게 필요한 말씀을 적어서 드리면 그것을 매일같이 읽고 새벽에도 기도하고 말씀을 계속 읽으신다. 하나님의 말씀에 마음을 열고 성도들의 사랑에 반응한 것이다.
강순화 장로는 ‘남몰래 헌신하는 이들이 곧 교회 아니겠나’라고 말한다. 평소 시 쓰기를 즐기는 문인은 손 집사의 거실을 ‘15층 사랑방’이라 부른다. 이 사랑방에서는 이번 주에도, 다음 주에도 함께 밥을 먹는 이들로 북적일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교회를 위해 한마음으로 기도할 것이며 마침내는 각 사람이 교회 그 자체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15층 사랑방
솔벗(강순화)
민들레 꽃접시에 봄 내음 가득하고
벌 나비 불러들여 양식을 먹이듯이
15층 사랑방에는
손님들이 가득하다
그분께 배웠다는 나누는 기쁨 알아
성도들 가족같이 사람을 좋아하는
어머니 품속 같은 곳
마음 눕혀 쉬어 가고
하늘은 알아 줄까 숨겨 둔 속 마음을
바라보면 스며들듯 어질고 착한 마음
팔순의 익은 손맛이
달고도 깊다.
-2024. 3. 손성자 집사님 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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