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울산중앙교회에서 찾은 팀사역 모범답안
페이지 정보
본문

안식일 오후, 10여 명의 성도가 자그마한 방에 모였다. 중보기도반이다. 리더의 대표기도에 이어 지난 한 주 동안 있었던 기도 응답 경험을 나눈다. 크고 대단한 일이 아니어도 사연에는 먹먹한 은혜와 감동이 스며 있다. 건강을 회복하거나 신앙에 무심하던 자녀가 다시 교회에 발을 디딘 이야기에 여기저기서 ‘아멘’ 소리가 들려온다.
곧 칠판에 기도제목이 올라왔다. ‘침례 받은 새 영혼을 위해’ ‘청년과 학생반 활성화를 위해’ ‘환우들을 위해’ ‘팀사역을 통해 만나는 영혼을 위해’ ‘교회 건축을 위해’ 등 다섯 가지다. 특별한 재능이 없어도, 넉넉한 재물을 드리거나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않아도 기도는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으니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참여할 수 있는 사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시각, 다른 방에서는 핸드폰 사용법 강의가 한창이다. 스마트폰반이다. 이홍건 장로가 강사다. 굴지의 대기업 전산실에 근무했던 그는 정년퇴직 후 일자리지원센터에서 컴퓨터와 스마트폰 강의를 참관하면서 ‘이 정도면 나도 교회에서 봉사할 수 있겠다’ 싶어 본격적으로 사역에 나섰다. 그게 벌써 10년이나 됐다.
이날의 주제는 로드뷰 보는 법. 설명을 따라 하니 그동안 궁금했던 기능을 쉽게 다룰 수 있게 됐다. ‘수강생’들의 표정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신통방통하면서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이 놀랍기만 하다. 이제 손자녀석에게 부탁하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한결 가볍고 뿌듯해진 듯하다. 이런 고급기술을 공짜로 가르쳐주는 교회에 고마울 뿐이다.
반대편 방은 천아트반. 패브릭 소재의 각종 생활용품에 멋스럽게 그림을 그려 넣어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실용공예예술이다. 디자인을 전공한 김나영 집사의 지도로 지난해부터 시작했는데, 여러 구도자가 참여하며 활력이 일고 있다. 어디에서도 쉽게 배울 수 없는 미술 분야여서 그런지 눈에 확연히 띈다.
![]()
![]()
9월 마지막 주에는 전시회도 준비 중이다. 여기에 2급 자격증 과정 수료식을 앞두고 있어 회원들의 의욕이 여간 아니다. 지난해 교회가 주최한 ‘아낌없이주는나무 페스티벌’에서도 제일 큰 인기를 끌었다. 작품 판매 수익금을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하니 의미가 더욱 깊다. 단순한 취미활동에 그치지 않고, 전도의 결실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헤어봉사반도 빼놓을 수 없다. 아직 시작하려면 20분이나 남았는데, 서너 명의 ‘손님’이 벌써 와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약속한 시간이 되자 준비된 의자가 이미 꽉 들어찼다. 매월 둘째, 넷째 안식일 오후에 문을 연다. 예전에 미용실을 운영했던 김순화 집사와 최계숙 집사가 일일 헤어디자이너가 되어 익숙한 손놀림으로 커트를 서비스한다.
친구를 따라왔다는 한 할머니는 “공짜라고 해서 설렁설렁할 줄 알았더니, 절대 아니다. 오히려 더 꼼꼼하고 정성스럽게 해 준다”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초로의 한 남성은 “동네 미용실도 좋지만, 여기가 더 정감이 간다. 마치 사랑방 같다”면서 활짝 웃음 지었다.
건강요리교실반은 식재료 준비부터 시연까지 분주했다. 한 달에 두 번씩 비건 채식요리 강좌를 연다. 대학에서 호텔조리학을 전공하고, 유명 호텔에서 인턴과정을 수료한 변정숙 집사가 강사로 수고한다. 이날은 ‘블루베리 오트밀 스무디’와 ‘샐러드 피자’ 그리고 ‘캐슈넛 크림소스’를 만들었다.
맛과 영양을 풍부하게 갖춘 ‘명품’ 음식이 상에 올랐다. “맛도 좋고 건강도 챙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거나 “채식을 꺼리는 아이들도 좋아할 것 같다. 집에 가서 해줘야겠다” 혹은 “샌드위치 등에 응용하면 좋겠다”라는 등 호평이 쏟아졌다. 범람하는 정크푸드의 홍수 속에 건강기별에 기반한 수준 높은 요리가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꾸몄다.
![]()
![]()
![]()
영남합회 울산중앙교회(담임목사 남시창)의 모습이다. 이 교회는 매주 안식일 오후마다 ‘중보기도반’ ‘스마트폰반’ ‘천아트반’ ‘헤어봉사반’ ‘건강요리교실반’ 등 다양한 팀사역을 운영한다. 2014년 본격적으로 시작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 구역반(소그룹)을 사역팀으로 재편성했다. 프로그램도 △문화 △건강 △봉사 등 이웃과 구도자들의 삶에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콘텐츠로 구성했다. 지역사회의 필요를 먼저 충족시켜준 다음 말씀을 전하기 위해서다. 그래서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호응이 커지고 있다. 어느덧 입소문이 나며 이제는 제법 먼 지역에서도 찾아온다.
초기에는 발마사지, 칼갈이, 꽃차나눔 등 공동체의 쉼터 역할을 했다. 취미로 시작했던 활동이 체계화되고 전문화되면서 점차 확장했다. 얼마 전에는 아예 선교회 주관으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이름의 문화센터를 설립했다. 이를 위해 10억 원의 자금을 헌금했다. 거의 모든 노선의 시내버스가 지나는 공업탑로터리 가까운 대로변에 자리해 있어 접근성이나 시각적 홍보 효과도 그만이다.
울산중앙교회 팀사역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 프로그램 제공에 그치지 않고, 영혼구원으로 이어진다는 점. 궁극적 목표이기도 하다. 모든 활동은 곧 선교로 귀결된다. 성도들은 사역의 본질을 놓치거나 잃지 않으려 애쓴다. 자신들의 봉사가 선행에 그치지 않고, 선교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덕분에 정규 예배 출석은 물론, 침례를 받고 새로남을 입은 영혼이 적잖다.
![]()
더욱 고무적인 건 구도자들이 스스로 팔을 걷고 나서 동참한다는 것이다. ‘수강생’들은 그대로 구도자가 되어 자신뿐 아니라 가족, 친구 등 지인을 교회로 초청해 하늘길의 동반자가 된다. 구도자가 구도자를 인도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건강요리교실반에만 새 신자가 10명이 넘는다. 신앙의 연수는 얼마 되지 않아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중보기도반에 참여하는 이도 있다. 게 중에는 외국인도 눈에 띈다. 그만큼 문턱이 낮다.
남시창 목사는 “예전에는 찾아 나서는 선교였지만, 요즘은 팀사역을 통해 오히려 사람들이 먼저 찾아오는 구조를 갖췄다. 대도시라도 영혼들을 접촉하기 쉽지 않은 시대, 이웃의 필요를 채워주면서 자연스럽게 구도자들을 만나고 교제하며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울산중앙교회의 팀사역이 이처럼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던 건 목회자 중심이 아닌, 평신도 중심 활동이었기에 가능했다. 소수의 몇몇 사람에 의해 주도되기보다, 모든 구성원이 소외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실제로 울산중앙교회의 모든 팀사역은 자발적으로 이뤄진다. 적게는 30명에서 많게는 4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한다. 예배가 끝나면 곧바로 팀사역을 위한 회의와 기도회로 모인다. 하늘의 지혜와 능력을 먼저 구하기 위해서다. 이 활동이 지역사회와 이웃에게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고, 성령 충만한 은혜로 다가가길 두 손 모아 기원한다.
남시창 목사는 “오랫동안 구역반(소그룹) 활동을 하면서 영혼구원을 위한 교회의 사명을 깊이 생각하게 됐다. ‘어떻게 하면 도시선교를 좀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웃과 구도자들을 많이 만나 선교할 수 있을까?’ 기도하며 고민하던 중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팀사역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계기를 설명했다.
![]()
1934년 설립한 울산중앙교회는 90년이 넘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대한민국 최대 공업도시’인 울산광역시에서 진리의 등불을 밝혀왔다. 동울산교회와 울산시온교회, 새울산교회를 개척하는 등 지역 복음화의 장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무엇보다 어린이, 학생·청년, 3040세대와 장년 등 모든 세대가 고르게 구성돼 있다.
특히 기업이 많은 지역 특성상 청년과 직장인이 상대적으로 많이 거주하는 등 다양한 연령층이 살고 있다. 도시선교를 해야 할 중요한 사명을 그만큼 크게 안고 있다. 마침 교회가 구도심과 신도심의 중간에 위치해 있어 선교적 요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팀사역은 이 교회의 핵심으로 뿌리내렸다.
그렇다면, 울산중앙교회는 성공적인 팀사역을 위해 어떻게 준비했을까. 만약 다른 교회에서도 비슷한 사역을 펼치려 할 때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할까. 혹시 다재다능한 인물이 많은 교회에서만 할 수 있는 사역은 아닐까. 한 발짝 더 들어가 살펴봤다.
■ <재림신문>과 <교회지남>은 교회 탐방 시리즈를 연중기획으로 공동 연재합니다. <재림신문>은 선교가 실제 이뤄지는 현장을 생생한 스케치 기사로 전달하고, <교회지남>은 다른 교회에서도 이 같은 사역을 펼치려 할 때 어떻게 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지 솔루션을 들어봅니다. 팀사역으로 도시선교의 모범답안을 제시하는 울산중앙교회(담임목사 남시창)의 이야기는 <교회지남> 10월 호로 이어집니다.
-
[김지혜의 Interview-e] 詩 쓰며 믿음 키워 온 이상진 집사 2025.11.07
-
[김지혜의 Interview-e] 영남합회 ‘3000제자 1호’ 구민옥 집사 2025.10.31
-
올 9월 말까지 전국 침례자 수 1883명 2025.11.12
-
9월 말 기준 전국 총 집회소는 799곳 2025.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