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MZ세대에게 ‘미국인 교황’의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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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규 목사(앤드류스대 신학대학원 역사신학 박사 과정)
필자는 1980년 태어났다. 요즘 신세대를 뜻하는 MZ세대인지 아니면 1990년대의 문화를 주도했던 X세대인지 불분명하다. MZ세대들이 당연히 끼워줄 리 없고, X세대에게는 늘 어린 취급을 받는다.
어린 시절 불을 때는 흙집에서 고무신을 신고 살다가, 버스가 다니는 읍내로 이사를 했다. 중학교 때는 서울에 있는 삼육학교에 진학하며 또 다른 문화적 급변을 경험했다.
삐삐부터 최신 스마트폰까지 다 사용해 봤고, 컴퓨터의 윈도우 시리즈를 거쳐 ‘한글’ 프로그램 및 여러 소프트웨어를 비교적으로 다룰 줄 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모두를 경험하며,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만의 가치관과 삶이 형성됐다.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웠던 1980년대 초반의 우리 사회에 대한 기억은 흐릿하지만, 1988년 서울 올림픽의 호돌이와 굴렁쇠 소년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1992년 소련이 무너지며 냉전 시대가 지나고 미국의 1강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이는 미국을 상징하는 요한계시록 13장의 새끼양에 대한 예언의 실제적 성취였다. 마태복음 24장에 나타난 재림의 징조인 전쟁과 재앙에 대한 예언은 피부로 느껴졌고, 예수님께서 곧 오실 것이라는 믿음은 어린 나이에도 오감으로 느껴지는 실상이었다. 엄마 손을 꼭 잡고 지나가던 다리 위에서 빛나는 별을 보며 곧 오실 예수님을 상상하며 설레이고 진실로 기다렸다.
2000년 초반 1년을 휴학하고, 전도단에 속해 전국을 다니며 성경을 가르쳤다. 요한계시록 13장에 나타난 복합 짐승과 새끼양의 연합 그리고 마지막 권력 구도에 대해 목에 힘을 줘 강조했다. 교황이 쓴 책에는 2000년 초에 새로운 세계질서를 형성할 것이라고 기록돼 있었고, 그들은 때와 법을 변경했던 것처럼 다시금 안식일을 기초로 엄청난 핍박을 가져올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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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25년이 지났다. 그리고 바티칸 현지 시각으로 지난 5월 8일 오후, 사상 최초의 ‘미국인 교황’이 선출됐다. MZ세대들은 짧게 소개되는 인터넷 기사나 쇼츠를 주의 깊게 살펴봤을까? 커다란 관을 쓴 중세의 성직자, 그들 혹은 X세대를 포함한 우리에게 ‘미국인 교황’의 등장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아마도 바티칸은 종교적 음모가 일어나는 무서운 장소가 아니라,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관람하는 시스티나 성당이고, 르네상스의 수많은 작품에 감동을 받는 관광 명소로 여겨질지 모른다. 2000년대 이후 지속되는 재림의 지연은 예언서와 그 사건에 관한 관심과 의미가 점차 사그라진 것 같다.
미국은 단연 청교도의 나라다. 영국에서 시작한 청교도운동은 영국 국교회의 교황주의의 잔재를 정화하고, 종교개혁의 정신을 더 발전시켜왔다. 그들은 새 땅에 하나님의 율법이 성취되는 그분의 나라를 건설하기를 소망했다.
청교도적 절제의 삶과 주일(안식일)성수는 중요한 삶의 양식이 되었다. 이러한 그들에게 로마 가톨릭 이민자들은 그들의 이상을 파괴하는 이단자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선조가 당했던 대로 갚아주고자 하는 적개심으로 충만했다. 그들에게 교황권은 적그리스도요, 가톨릭은 불법 종교였다.
동시에 미국을 청교도 정신 하나로 설명하기에는 무엇인가 다른 모습이 드러난다. 요한계시록 13장의 두 뿔을 세우고 용처럼 말하는 새끼양으로 묘사되는 미국은 순수한 청교도는 분명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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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워싱턴 D.C.를 방문했다. 미국의 건국을 주도했던 지도자들의 정신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도시다. 링컨 대통령이 파르테논 신전에 앉아 있고, 국회의사당은 로마의 카피톨리노 언덕을 연상케 했다. 다른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미국의 근본적 가치들이 여러 건물을 통해 찬란하게 나타난 듯 보였다.
토마스 제퍼슨과 벤자민 프랭클린이 꿈꾸던 이상 사회는 청교도의 하나님 나라보다는 팍스 로마나의 공화정과 세계를 지배하던 능력 있는 기독교였는지도 모른다. 중세 가톨릭의 미신적이고 권위적인 기독교를 넘어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인간들이 행복해지는 진보적인 기독교, 그들의 사상의 근간은 이신론이었다. 공화정을 추구했던 이들 역시 전제적인 교황권과 가톨릭을 반대했다.
청교도 사상과 이신론, 이 둘의 조합은 미국을 양처럼 순결(pure)해 보이나, 다니엘 7장에 묘사된 괴물 즉 로마처럼 말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해 주었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이민자들로 구성된 이상한 이 제국은 20세기 중반 세계의 초강대국으로 날아올랐다.
그러나 청교도들이 꿈꿨던 부흥과 복음의 나라, 전세계를 이끄는 율법적 도덕 국가는 막을 내리기 시작했다. 1960년 미국 역사상 최초의 로마 가톨릭 신자인 존 F. 케네디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역사가들은 위대한 청교도 시대가 끝났다고 평가한다.
어쩌면 진정한 뿔 가진 새끼양의 모습이 더 분명해진 것인지도 모른다. 미국이 변하면서 교황권 역시 죽었던 상처를 회복하며 다른 모습을 드러냈다. 1563년 트렌트 종교회의에서 시작한 반(反)종교개혁이 1965년 제2차 바티칸 회의를 통해 마감됐다 할 수 있다.
이 회의를 지도했던 고령의 교황 요한 23세는 1958년 등극해 로마 가톨릭의 개혁을 이끌었다. 그가 시작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가톨릭의 폐쇄적인 전통을 타파하고, 현대 세계와 소통하며 세상을 향한 창문을 여는 시도였다. 1960년대에는 미국의 종교와 정치가 새 시대를 맞이하는 소통과 평화의 장이 마련됐다. 감동적인 대통합의 시대가 시작됐다. 세상은 상처가 치유된 그를 ‘경배’하기에 이르렀다.

65년 후, 2025년 콘클라베가 끝나며 시스티나 성당의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올랐고, 최초의 미국인 교황이 탄생했다. 청교도의 나라에서 가톨릭 신자가 대통령이 됐고, 이제 그 나라의 시민이 교황의 자리에 올랐다. 오랜 경계의 선이 완전히 지워진 듯 보인다.
역사라는 우연한 시간의 흐름이 이 거대한 장벽을 무너뜨린 것일까? 아니다. 그리스도의 재림이라는 분명한 목적, 목표를 향하여 달려가는 우리에게는 하나의 자명한 예언의 증거일 뿐이다. 미국인 교황의 출현은 대쟁투의 새로운 전환점이라기보다, 예언된 역사 흐름이 점점 더 구체화되고 있다는 징후로 볼 수 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MZ세대에게 미국인 교황이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우리는 내 욕망을 만족시켜줄 세상, 사람, 아이템, 취미, 직업에 익숙해져 있다. 자본주의가 승리한 이유는 그것이 더 뛰어나서가 아니라, 우리의 욕망을 실현하는데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바벨탑, 바벨론, 이집트, 로마, 그리고 짐승과 그 우상들의 핵심은 자기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대상을 경배하라는 메시지였다.
이제 미국은 청교도들이 가졌던 윤리와 이상을 포기한 듯 보인다.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팍스 로마나가 팍스 아메리카로 실현되는 것이다. 참으로 새끼양의 언행(言行)이다. MZ세대에게 있어 ‘내 욕망의 충족’은 가장 중요한 정의(justice)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들을 예배한다. 그들에게 미국인 교황은 그렇게 중요한 존재가 아니다. 그가 과연 욕망을 충족시켜줄 세상을 만들지, 그것이 더 중요하다.
재림의 징조를 자세히 살피고 준비했던 시대는 지나갔다. 우리는 지금 대쟁투의 치열한 현장을 관망하거나, 아예 외면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인 교황의 등장은 다시 대쟁투의 역사에 참여하라는 하나의 시그널일지도 모른다. 관망하지 말고, 통찰하며 움직이라는 기별일지도 모른다.
MZ세대가 이제 이 시대의 주역이라면, 그리고 재림성도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면, 다시 예언의 말씀으로 돌아가 깊이 살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오실 진짜 왕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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