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스토리] ‘꿈의 나라’ 한국에서 온 천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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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프로그램을 시작할 시간은 30분이나 남았는데, 대여섯 명의 동네 꼬마들이 수줍은 듯 두리번거리며 교회 마당에 들어섰다.
접수데스크에는 청년들이 앉아 미리 와 대기하는 아이들을 세심하게 챙겼다. ‘꼬마 구도자’들은 궁금하기도 하고, 빨리 와서 체험하고 싶어 일찍 왔다며 활짝 웃는다.
머잖아 문 앞에 버스가 도착했다. 이웃 마을에서 출발한 한 무리의 아이들이 우르르 내렸다. 설렘과 기대가 잔뜩 부푼 표정이다. 귀가 따가울 정도로 시끌벅적 요란하지만, 그 시끄러움마저 기도의 응답이고, 감사의 조건이다.
그중에는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일가족이 모두 동사(凍死)한 어린이도 있어 측은했다. 이처럼 한국연합회 ‘LOUD VOICE 2025’(크게 외치라 2025) 봉사대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사람들뿐 아니라, 슬픔에 빠진 지구촌 어느 이름 모를 아이에게 위로와 기쁨이 됐다.
■ 2만 원이면 한 가정이 한 달을...
이런 모습은 활동 기간 내내 계속됐다. 9일 오전이었다. 교회에 마을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구호물품을 받기 위해 온 주민이다. 스리랑카대회는 올해부터 전도회를 개최하는 교회들에 ‘먹거리 패키지’를 전달하는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개 20가구 내외를 선정하는데, 누와라 엘리야교회에서는 23가구를 초청했다. 대상자는 인근에 사는 불우이웃이나 구도자 중에서 교회가 자체 선정했다.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독거노인과 미혼모 가정 등 가난하고 힘없는 사회적 약자들이다. 실제로 현장에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혹은 젖먹이 아기를 품에 안고 온 어린 엄마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제법 무거운 패키지에는 쌀, 밀가루, 콩고기, 비스킷 등 각종 식료품이 담겼다. 4인 가구 한 가정이 보름 정도 먹을 수 있는 최소한의 양이다.
스리랑카대회 지역사회봉사회 부장을 맡고 있는 김윤주 사모는 “아드라는 종교색을 나타낼 수 없어 교회에서의 활동이 제한적이다. 하지만 대회는 직접 지원할 수 있으니 오히려 거리낌없이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 사모는 “재림교회 선교역사가 120년이 넘었건만, 여전히 사회적 활동이 미미하고 알려지지 않았다. 아직 정부로부터 정식 교단으로 인가를 받지 못한 상황이어서 간판도 제대로 걸지 못한 교회가 많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고 보니 이 교회 역시 ‘Church’가 아닌 ‘Center’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었다.
그는 “한 달에 우리 돈으로 2만 원이면 한 가정이 굶지 않고 생활할 수 있다. 사회적 지명도가 약한 재림교회 사정상 교회의 선행은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장하는 기회가 된다. 복음을 통해 영적 필요를 채워줄 뿐만 아니라, 생활에 실제적 도움을 제공하는 공동체의 일원이 되려 한다. 교회마다 감화력센터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따뜻한 사랑의 손길을 펴는데 한국 교회와 성도들이 힘을 모아주길 바랐다.
■ 소망의 새 출발 ... ‘Hope & New Start’
저녁 집회는 ‘Hope & New Start’라는 주제로 진행했다. 대회장 정효수 목사가 건강전도회를 열고, 한국연합회 유지재단 법인실 김석우 목사가 복음전도회를 했다.
정효수 목사는 ‘물’ ‘수치료’ ‘숯가루’ 등 가정에서 쉽고 유용하게 시도할 수 있는 천연치료법을 소개했다. 스리랑카는 달고 자극적인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식습관으로 인해 당뇨병 환자가 유독 많다. 그래서 뉴스타트가 더욱 필요한 상황. 정 목사는 현지인에게 꼭 필요한 건강 원리와 법칙을 알기 쉽게 설명해 이해를 도왔다.
김석우 목사는 희망 없는 시대에 진정한 희망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했다. 그는 “하나님은 우리를 영원히 사랑하신다. 죄 가운데 빠져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독생자를 보내주셨다. 그분은 우리에게 평안을 주기 원하신다. 고난과 슬픔 가운데 있을 때, 예수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면 문제를 해결해주실 것”이라고 권면했다.
설교는 영어, 싱할리어, 타밀어 등 삼중 언어로 통역이 이뤄져야 했다. 대원들은 매 집회마다 인간의 음성이 아닌, 천사의 음성으로 말씀의 감동이 전달되도록 간절히 기도했다.
■ 영어-싱할리어-타밀어 삼중 통역 ... 5명의 영혼 침례
봉사 기간 중 맞은 안식일 예배에서는 한국연합회와 세계 재림교회를 소개하는 동영상을 상영했다.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바다 건너 먼 나라의 소식이지만, 성도들은 스크린을 주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땅끝까지 세천사의 기별을 전하기 위한 재림교회의 선교 현황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찬양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도 했다. 비록 언어가 달라 가사의 정확한 뜻은 알 수 없었지만, 성령의 은혜가 통했는지 일부는 눈물을 보였다. 아름다운 화음은 감동의 선물이 되기에 충분했다.
김석우 목사는 설교에서 “침례는 죄에 사로잡혔던 과거를 물에 장사하고, 하나님 안에서 새로 태어나는 것”이라며 “주님이 여러분의 생애를 책임지고 인도하실 것이다. 우리의 메시아 되신 그리스도께서 지금 당신의 이름을 부르면서 기다리고 계신다. 이제 그분께 나아가자. 거룩한 삶으로 거듭남을 입자”면서 구원의 길로 초청했다.
예배 후에는 다섯 명의 영혼이 침례를 받고 그리스도를 개인의 구주로 영접했다. 당초 19명이 신앙을 고백하며 거듭남을 입기 원했지만, 철저하게 준비된 후 침례를 베푸는 현지의 보수적 문화와 관례로 구별된 인원만 예식에 참여할 수 있었다.
첫날 어린이와 성인 등 150명 남짓이던 참석자는 연일 늘어나 마치는 날에는 200명이 넘을 만큼 성황을 이뤘다. 대원들이 앉을 자리도 없을 정도로 준비된 좌석이 꽉 들어찼다. 먼 거리에서는 버스를 대절해 참석하는 열의를 보였다.
누와라 엘리야교회 성도는 물론, 이 교회 담임인 쿠마 목사가 함께 담당하는 Kotagala, Raagala, Keppetipola, West Ward, Hawa Eliya 등 5개 지역 성도들도 함께 참석해 은혜를 나눴다. 이 중 Kotagala만 예배소이고, 나머지는 집회소조차 없는 전도 지역이다. 매주 안식일이면 모두 누와라 엘리야교회에 출석하는 선교 거점이기도 하다.
■ ‘야전’에서 체감한 ‘실전 전도’ 그리고 섭리
그렇게 전도회 분위기가 뜨겁게 무르익던 어느 날 오후. 갑자기 교회 안팎이 긴장에 휩싸이는 사건이 일어났다. 마을 힌두교 지도자가 항의 방문한 것이다. 그가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집회를 지속하지 못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주변의 공기가 일순 차갑게 가라앉았다.
사연은 이랬다. 교회에 다녀온 힌두교 신자 아이가 집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이야기하며, 성경을 말하고, 찬송을 노래하는 것에 부모가 격분한 것이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이효신 목사는 단체 메신저에 “이 일이 잘 해결되도록 모든 대원은 각자 있는 곳에서 기도해 달라”고 긴급 공지를 올렸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힌두교 지도자는 울그락불그락 얼굴을 붉힌 채 교회 문을 쾅 닫고 돌아갔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쿠마 목사가 “교회에는 누구나 올 수 있으며, 아이들에게 유익하고 좋은 것을 가르친다. 이를 위해 한국에서 귀한 손님들이 오셨다”면서 흥분을 가라앉히도록 설득했다고 한다.
대원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자칫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에 빠질 뻔했지만, 문제를 해결하시는 하나님의 권능을 그야말로 ‘야전’에서 진하게 체험했다.
그러고 보면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봉사대는 여러 차례 아슬아슬한 ‘고비’를 넘겨야 했다. 꽤 많은 인원이 상당량의 물품을 갖고 입국하느라 통관 과정에 괜한 트집이 잡히지 않을까 염려했고, 전도회가 각급 학교의 시험 기간과 겹쳐 아이들이 행여 집회에 참여하지 못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게다가 ‘석가탄신일’ 경축일이어서 교회를 둘러싸고 각종 종교 행사가 이어졌다. 매년 지역별로 주관 도시가 지정되는데, 하필 올해는 누와라 엘리야였다. 불교 국가의 석가탄신일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밀려드는 차량의 물결로 도로는 교통체증을 앓았고, 쏟아져 나온 사람들은 밤새 파도처럼 이리저리 일렁였다.
여기에 대통령이 이 지역을 방문해 도로 곳곳이 통제되는 바람에 혼잡은 더욱 극심했다. 이로 인해 도시 간 이동이 금지되고, 대중 집회를 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왔다. 지방선거 관계로 이틀이나 밀려 베이스캠프를 차린 것도 조바심이 들게 했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 가운데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보호와 인도를 체감할 수 있었다. 통관 절차에서 자국민의 보안검색은 철저하게 하면서도 한국인 봉사대원은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다. 시험 기간이었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늘었고, 대통령은 애초 예고된 1박2일 방문 일정을 갑자기 바꿔 당일치기로 다녀갔다. 덕분에 통제가 풀리며 전도회 참가자는 더 많아졌다. ‘섭리’라는 말 외에는 다른 어떤 말도 생각나지 않았다. - 다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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