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럼] ‘혹시 치매?’ 노인 우울증의 특징과 치료
인지 기능 적절하게 발휘되지 않으며 기억력 떨어져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이소연전문진료: 노인정신건강의학, 치매, 정신신체장애, 불안장애, 기분장애, 조현병70대 여성 A 씨는 한 달여 전, 오랜 기간 암으로 투병하던 남편과 사별한 후 소화가 잘 안 된다며 식사를 자주 거르고 집에만 있었습니다. 2주 전부터 기운이 없고 온몸이 쑤시고 아파 여러 과에서 진료를 받았으나 이상이 없었습니다. 지난 주말에 아들이 손주를 데리고 왔을 때 반가워하지 않고 방 안에 누워있기만 했습니다. 딸이 방문했을 때는 평소 복용하던 당뇨나 고혈압약이 많이 남아있었고, 손주에게 용돈을 준 것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기억력이 떨어져 이제 치매에 걸려서 죽을 날만 남았다며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딸은 A 씨가 치매에 걸린 것 같다면서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했습니다. 과연 A 씨는 치매에 걸린 게 맞을까요?■ 기억력이 나빠지면 모두 치매인가요?노년기 우울증은 ‘가성치매’라 불리는데, 이는 우울증으로 인지 기능이 적절하게 발휘되지 않아 기억력이 떨어져 치매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치매는 노화로 인한 신경 퇴행성 질환으로 수년에 걸쳐 천천히 기억력 저하가 나타나지만, 가성치매의 경우 갑작스럽게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며 스스로 기억력 저하에 대하여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성치매의 경우에는 대개 우울 증상이 회복되며 인지 기능, 기억력 저하도 회복이 됩니다. 우울증과 치매는 경과와 치료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합니다.■ 노인 우울증은 어떤 특징이 있나요?노인 우울증은 인구의 10~15%에서 발생하는데 여성인 경우, 나이가 많을수록, 혼자 지내거나, 최근 배우자와 사별이나 이혼한 경우,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경우 등에서 발생하기 쉽습니다. 또한 만성적인 신체 질환을 가진 경우 우울증이 발생할 확률이 높습니다.노인 우울증에서도 일반 인구에서 발생하는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우울감, 흥미와 의욕 저하, 수면과 식욕 변화, 집중력 감소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노인 우울증에서는 직접적으로 우울하다고 하기보다, 병원 검사에서 발견되지 않으나 이유 없이 몸이 아프고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어지럽다거나 가슴이 답답하다고 하는 등의 신체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가성치매라고 불리는 갑작스러운 기억력이나 집중력의 저하가 동반되거나, 죽을 병에 걸렸다고 믿거나 실제보다 빈곤하다고 생각하는 등 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울증은 어떻게 진단하나요?노인 우울증은 진료실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면담을 통해 진단합니다. 기준은 다음의 정신 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DSM)에 따릅니다. 또한 심리검사를 통해 우울증과 감별이 필요한 정신과적 질환을 평가하고, 경과에 따른 증상 변화나 치료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노인에서 나타나는 신체적인 질환 등에 의해서 우울감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이학적인 검사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주요 우울증 삽화의 DSM-5 진단 기준A. 다음 증상 중 5개 이상의 증상이 연속 2주 기간 동안 지속되며, 일상생활의 변화를 줄 정도의 (1)우울 기분이거나 (2)흥미나 즐거움의 상실 중 하나가 반드시 나타나야 합니다.(1) 하루의 대부분, 그리고 거의 매일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2) 모든 일상 활동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 저하(주관적 또는 타인에 의한 관찰에서)(3) 의미 있는 체중 감소나 체중 증가, 거의 매일 나타나는 식욕 감소나 증가(4) 불면이나 과다 수면(5) 정신운동 초조나 지연(6) 피로나 활력 상실(7) 무가치감 또는 과도하거나 부적절한 죄책감(8) 사고력이나 집중력의 감소, 또는 우유부단함(주관적인 호소나 관찰에서)(9) 반복되는 죽음에 대한 생각, 반복되는 자살 생각 또는 자살 기도B. 사회적, 직업적, 기타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임상적으로 심각한 고통이나 장해를 일으킴C. 물질(예: 약물 남용, 투약)이나 일반적인 의학적 상태(예: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직접적인 생리적 효과로 인한 것이 아닌 경우.■ 노인 우울증은 어떻게 치료하나요?크게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울증의 약물치료에는 항우울제를 중심으로 불안, 초조, 수면장애, 망상 등 증상에 따라 수면제, 신경안정제,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을 함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때 노화에 따른 약물 대사의 변화와 부작용 발생에 주의해 약물을 조절합니다. 치료 기간에 따라 우울 증상이 발생한 이후 증상이 호전될 때까지의 급성기 치료와 증상이 호전된 이후에 재발 방지를 위해 약물을 유지하는 유지치료로 나뉩니다. 대개 초발 우울증의 경우 약물치료를 6~12개월가량 유지하지만, 치료에 대한 반응과 재발에 따라 기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많은 환자들이 급성기 치료 이후 증상이 좋아지면서 약물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치료를 유지해야 재발을 방지하고, 건강한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습니다.흔히 정신과 약을 먹으면 치매에 걸린다고 생각해 약물치료를 꺼리는 경우도 있지만, 우울증의 주된 치료제인 항우울제보다 보조 역할을 하는 수면제나 신경안정제 사용이 인지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치료받지 않은 우울증으로 일상생활 및 인지 기능 저하를 가속화할 수 있어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회복에 중요합니다.삼육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1577-3675